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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우리가 잘 짓는데 해체 경험도"…건설부터 해체까지

고리 1호기, 원전 해체 위한 사전 준비 중

고리 2호기 주제어실에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20재난안전방송 = 서선영 기자)=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가 원전은 정말 잘 짓습니다. 이제 짓는 것뿐만 아니라 고리 1호기로 해체까지 직접 국내에서 할 수 있게 되면서 경험이 더 늘어나게 되는 거죠."

윤석열 정부가 원전 수출 재개를 위해 발로 뛰는 가운데, 원전 건설부터 재가동, 해체까지 전 주기 기술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본부와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를 찾아 원전 건설-운영-해체 현장을 살펴봤다. 첫날 고리원자력본부에서 만난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 발전소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원전으로 들어가기 전 방사선 안전 교육을 받았다. 원전이 1급 국가보안시설인 만큼 가지고 왔던 노트북, 스마트폰 등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신분증 제출, 안전화 착화, 견학 카드 작성 등의 사전 준비 절차도 복잡했다.

 

원전에 들어가는 기자 개인의 안전과 함께 원전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보안도 꼼꼼하게 살피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설 수 있었다.
 

터빈 멈춰선 고리 1호기…'원전 해체' 위한 영구정지

 

고리 1호기로 향하는 도중 대형 크레인 높은 곳에 적힌 '대한민국 원전의 자존심 고리 제1발전소'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고리 1발전소 어디서든 보일만 한 이 문구에 가장 먼저 이곳을 찾은 이유가 담겨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7년 6월19일 최초 임계에 도달한 이후, 2007년 12월 계속 운전 허가를 받아 10년간 더 운행되다 2017년 6월18일 운영 40년 만에 영구정지됐다.

 

원전은 원자로 건물, 터빈건물, 컨트롤 타워인 주제어실, 그리고 보조건물로 이뤄져 있다. 보통 '원전' 하면 떠오르는 콘크리트로 된 둥근 돔 건물이 원자로 건물이다. 원자로 건물 옆에는 터빈 건물이 바로 붙어있다. 터빈 건물은 원자로에서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회전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고리 1호기 터빈건물로 들어서니 땀이 쏟아졌다. 비가 오며 높아진 습도 탓에 에어컨이 없는 내부는 후덥지근했다.

연신 부채질하는 기자의 모습에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터빈이 돌고 있지 않아서 이건 더운 것도 아니다. 이전에 가동될 때는 말도 못 하게 뜨겁고 시끄러워서 터빈건물에서 이렇게 대화를 할 수조차 없었다"고 농담을 건넸다.

현재 고리 1호기는 2021년 5월14일 원전 해체를 위한 최종해체계획서(FDP)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하고 인허가 심사를 받는 중이다.

이미 해체를 위한 사전 작업이 진행된 터빈건물에는 원자로 시설에 대한 설명이 적힌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여느 박물관이나 홍보관 같은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는데, 작업 중인 직원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컸다.

한수원 관계자는 "해체 승인이 나기까지 해체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일시 멈춤' 상태"라고 설명했다.

고리 1호기 현장은 멈췄지만, 인허가 심사를 위한 물 밑 작업은 한창 진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계획서에 대한 상세 내용을 요구하면, 한수원은 이에 대해 보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해체 인허가 심사가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원전을 해체한 국내 사례가 없는 만큼 추진 속도에 대해 빠르다, 느리다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체 승인이 결정되면 곧바로 해체에 돌입할 수 있도록 고리원자력본부는 사전 준비 중이다. 바로 옆에 고리 2호기가 붙어있는 만큼 고리 2호기의 안전 운영을 전제로 고리 1호기를 단독으로 '즉시 해체'할 계획이다.

즉시 해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현장 경험과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막 태동기에 들어선 글로벌 해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즉시 해체는 해체 작업이 15년 정도로 소요 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지연 해체는 원전의 방사능 수치가 자연적으로 감소할 때까지 기다려 해체하는 방식인데, 통상 60여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시 해체를 통해 부지 복원과 재활용이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법상 원전 해체는 부지 복원까지 포함한다. 원안위는 피폭되는 방사선량 한도가 연간 0.1mSv(밀리시버트) 이하면 브라운 필드 수준으로 복원됐다고 본다. 아직 해체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어떤 시설이 들어설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고리 원전에서 평생을 일했다는 현장 직원들은 '어떤 것을 짓더라도 고리 원전의 역사적 의의가 담겨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리 1호기의 터빈룸에서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는 모습이다.

프로필 사진
서선영 기자

뉴스20재난안전방송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