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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구룡마을…주민들 "이제 어떻게 사나" 망연자실

(뉴스20재난안전방송 = 김상배 기자)=내 집이 무너져내리는 걸 보고 있었어. 이 상처는 또 언제 회복이 될런지."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발생한 화재로 주택 60개채가 소실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80대 주민 A씨는 화마가 처참히 휩쓸고 간 바닥에 주저앉아 탄식하고 있었다. 그는 "여름에는 물난리가 나더니 겨울에는 화재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울먹였다.

불은 발생 약 5시간 만인 오전 11시46분께 완전히 꺼졌지만, 기자가 현장을 찾은 이날 오후 마을 초입에선 여전히 매캐한 냄새가 났다. 연기는 자욱했고 다닥다닥 붙은 건물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탄 냄새가 더욱 강하게 진동했다.

길은 불길을 잡는 데 쓰인 물이 얼어 듬성듬성 얼어있었다. 미끄러운 빙판길을 오르자 소방대원들이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포크레인도 무거운 잔해를 계속 퍼다 날랐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고령의 주민은 "다 헐어버리네"라며 씁쓸해 했다. 그는 "집 안에 있던 앨범도, 소중한 추억도 다 사라졌다. 뭐라도 건져야 하는데"라며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골목 곳곳 집이 있던 자리엔 연탄재가 쌓여있었고, 난방 가전이 쓰려져 있는 등 황폐한 모습이었다. 집 주변에도 다 타버린 옷과 가재도구가 뒹굴고 있었다.

잿더미 속에 묻혀 있던 주인 잃은 신발 한짝, 다 타버린 물건 사이 유일하게 타지 않아 덩그러니 서 있는 냉장고 한대도 보였다.

인근에서 이따금 마주친 주민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가만히 하늘을 쳐다봤다.

한 순간에 터전을 잃었다는 70대 김모씨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나. 표현 못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소중한 집이 타는 걸 뻔히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암담했다.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날 화재는 오전 6시27분께 구룡마을 4구역에서 시작돼 인근 구역으로 확대됐다. 오전 10시10분께 초진이 완료됐고, 화재 발생 5시간20분 만인 오전 11시46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화재로 4구역 96세대 중 약 60세대가 소실되고 이재민 60여명이 발생했다. 소실된 면적은 2700㎡에 달한다.

이재민들은 당분간 인근 호텔에 임시로 머물게 된다.

소방과 경찰은 합동조사를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할 예정이다.

한편, 구룡마을에서는 지난해 3월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인근 대모산까지 번졌던 불이 화재 발생 약 5시간만에 완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