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1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수산물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20재난안전방송 = 이종은 기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데, 우리 정부의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지나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남편 생일상 준비를 위해 장을 보러 나온 주부 김모(57)씨는 "원전 오염수가 그렇게 안전하다면 자국 내에서 처리하면 될 일이지, 기어이 바다로 흘려보내려 하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남편이 회를 워낙 좋아해서 시장에 자주 나오지만, 오염수가 실제로 방류되면 수산물 구입을 주저할 것 같다"며 "오염수에 대한 유해성과 방사능 오염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라 국민 입장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고,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에 해양 방류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된다"고 전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갈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날 노량진수산시장은 새벽부터 도매시장에서 가져온 광어(넙치)와 우럭 등 다양한 활어와 전복, 가리비 등 어패류를 수조에 가득 채운 상인들의 날랜 손놀림이 무색할 만큼 손님들의 발길이 뜸했다.
상인들의 시선은 텅 빈 복도를 바라보거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문드문 지나는 손님들을 발걸음을 향했다. 또 지나가는 손님에게 원산지를 일일이 설명하고, 가격을 흥정하느라 진땀을 빼는 상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은 어떤 수산물을 살지, 원산지 표기 안내판을 꼼꼼히 살피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수산물 소비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수산물 소비가 급감한 터라, 근심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활어를 판매하는 상인 박모(43)씨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오염수 방류를 위한 시운전을 소식에 전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며 "국내 수산물은 유통 전 철저하게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아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손님들한테 수십 번씩 말해도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토로했다.
각종 어패류를 판매하는 상인 최모(61)씨는 "손님들에게 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현 수산물 수입 자체가 안 되고, 통관 전 방사능 오염 검사를 다 마치고 유통된다고 설명하는 게 일"이라며 "손님들이 일본이나 중국 등 수입산 수산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국내 양식어가들이 키운 전복이나 멍게조차 판매가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민들 역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한 피해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포항 구룡포 오징어 채낚기어선장 강모(58)씨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는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국민들의 건강과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라며 "일본 정부나 우리 정부가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 완도에서 전복 양식을 하는 김모(62)씨는 "일본이 실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수산물을 기르거나 고기를 잡아도 판매가 안 되면 누가 어촌에 남아서 생업을 이어가겠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자, 수산물 방사능 검사 등을 위한 정부 조직을 확대·개편하고,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를 두 배 이상 확대하는 등 부적합 수산물이 식탁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수산물의 안전성을 알리고, 수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 안심 상황관리반'을 운영한다. 국민 안심 상황관리반은 수산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수산물 안전관리 ▲안전소비 ▲국민소통 등 주요 과업별로 7개 팀을 구성해 활동한다.
또 지난 13일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경상남도, 강원도, 전라남도 등 권역별로 수산물 안전 현장 설명회를 열고, 일반 국민을 위한 수산물 안전관리정책 참여 채널 운영도 지속한다.
해수부는 현재 '수산물안전 국민소통단'과 '국민신청 방사능 검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 누구나 방사능검사 정보를 메일로 받을 수 있는 '메일링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송상근 해수부 차관은 "수산업계 등 현장을 시작으로 국민들이 수산물 안전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철저한 수산물 안전관리를 통해 안전한 수산물만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